거대 플랫폼 규제,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최근 글로벌 경제 질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초대형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입니다. 검색,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 앱스토어 등 일상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민간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사회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각국 정부는 독점 문제, 소비자 선택권 제한, 공정 경쟁 훼손 등을 이유로 강력한 규제 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제 분할 명령입니다. 이는 기업의 사업 부문을 물리적으로 나누어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로 전통적인 경쟁법에서도 가장 예외적으로만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국경을 넘어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에 적용될 경우, 국제법적 한계와 충돌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됩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제 분할 명령이 국제법상 어떤 제약을 받는지, 그리고 실제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시장 지배력의 문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축적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합니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기업이 특정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독점이 가격 인상뿐 아니라 혁신 저해와 경쟁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고, 소비자는 선택권이 제한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각국은 경쟁법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행위를 규제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의 활동 무대가 단일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국내 경쟁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강제 분할 명령의 법적 성격
강제 분할 명령은 기업의 소유 구조와 사업 구조를 직접적으로 변경하는 조치입니다. 이는 단순한 과징금이나 행위 시정 명령과 달리 기업 재산권과 경영 자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됩니다.
국내법 차원에서는 경쟁법 위반이 명확하고 다른 수단으로는 경쟁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검토됩니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경우, 분할 대상 사업이 여러 국가에 걸쳐 존재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분할 명령이 실제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부터 불분명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국제법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국제투자법상 재산권 보호와의 충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대부분 다수 국가에 투자 형태로 진출해 있습니다. 이 경우 국제투자협정은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권 보호와 공정·공평 대우를 보장합니다. 강제 분할 명령은 투자 자산의 가치와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경하기 때문에 국제투자법상 간접 수용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할 명령이 합리적 기대를 침해하고 과도한 규제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국제투자중재(ISDS)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실제로 각국의 경쟁 규제가 투자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가는 공공 목적을 위한 규제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그 비례성과 필요성이 엄격하게 심사받게 됩니다.
국제무역법과 차별성 문제
강제 분할 명령이 특정 국가 기업이나 특정 형태의 기업에만 적용될 경우, 국제무역법상 차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WTO 체제는 내국민 대우와 최혜국 대우 원칙을 통해 차별적 규제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만약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주로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더 강한 규제를 받는다면 이는 사실상 무역 제한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 시장은 전통적인 상품 무역보다 규범이 정교하지 않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더욱 큽니다.
이로 인해 강제 분할 명령은 단순한 경쟁 정책이 아니라 국제무역 질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국가 주권과 역외 적용의 한계
각국은 자국 시장 내 경쟁 질서를 유지할 주권적 권한을 가집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기업의 해외 사업 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이는 사실상 역외 적용 문제가 됩니다. 국제법상 국가는 원칙적으로 자국 관할권을 넘는 규제를 행사하는 데 제한을 받습니다.
한 국가의 분할 명령이 다른 국가에서의 기업 활동까지 사실상 강제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플랫폼 기업 본사가 위치한 국가와 규제 국가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정치적 문제로 확대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규제 국가가 자국 법 집행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며 상대국은 주권 침해를 이유로 외교적 항의나 보복 조치를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역외 적용 논란은 법적 분쟁을 넘어 국제 관계 전반의 긴장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제 공조의 필요성과 현실적 대안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는 강제 분할보다는 행위 규제와 투명성 강화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이동 제한,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자사 우대 금지 등의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다자적 협의체를 통한 규범 조화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단일 국가의 일방적 분할 명령보다는 공통 기준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의 행위를 조정하는 방식이 국제법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면서도 경쟁 질서를 개선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OECD와 G20 차원의 디지털 경제 논의는 국가 간 규제 충돌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공조가 강화될수록 극단적인 분할 명령보다는 단계적·조정적 규제가 국제적 합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강제 분할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제 분할 명령은 경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파급력만큼이나 국제법적 제약과 분쟁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국제투자법, 국제무역법, 관할권 원칙이 동시에 충돌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제 분할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 없이 단독으로 추진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조치입니다. 각국은 규제의 필요성과 국제법상 의무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앞으로 글로벌 플랫폼 규제는 단순한 힘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협력과 규범 설계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강제 분할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보다 정교하고 협력적인 규제 방식이 국제사회에서 주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자료
세계무역기구(WTO) 공식 문서
OECD 경쟁정책 보고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자료
유럽연합 디지털시장법(DMA) 해설 자료
'국제법, 국제이슈 쉽게 이해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국가의 환율 개입의 국제경제법 위반 소지 (1) | 2026.01.20 |
|---|---|
| 디지털 서비스세(DST)가 조세 주권 침해로 분쟁화될 가능성 (0) | 2026.01.18 |
| 국가의 전략 산업 보호정책과 국제투자중재(ISDS) (0) | 2026.01.17 |
| 위성 해킹 행위가 무력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는 조건 (0) | 2026.01.16 |
| 자율무기 개발 경쟁이 군비통제조약 위반으로 평가되는지의 문제 (0) | 2026.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