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압류는 단순한 단속인가, 국제법 문제인가
국가 규제와 투자자 보호가 충돌하는 새로운 전선
디지털 자산과 가상화폐는 이제 단순한 투기 대상이나 신기술의 영역을 넘어 글로벌 금융과 투자 질서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물론이고 다국적 기업, 투자 펀드, 기술 기업까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반 자산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가 역시 조세, 자금 세탁 방지, 금융 안정성, 범죄 대응을 이유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가가 특정 상황에서 가상화폐를 압류하거나 동결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이것이 단순한 국내법 집행에 그치는지 아니면 국제 투자법상 외국인 투자자 보호 원칙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디지털 자산이 국가 조치로 인해 박탈되거나 가치가 급격히 훼손될 경우, 국제 투자협정 위반 여부는 현실적인 분쟁 쟁점으로 부상합니다. 디지털 자산 압류가 국제 투자협정과 어떤 방식으로 충돌할 수 있는지, 국제법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국가 규제 권한의 한계는 어디에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디지털 자산의 국제법적 성격
국제 투자법의 관점에서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문제는 가상화폐가 과연 보호 대상인 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국제 투자협정은 일반적으로 투자 개념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며 유형 자산뿐 아니라 주식, 채권, 지식재산권, 계약상 권리 등 무형 자산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물리적 형태는 없지만 경제적 가치와 이전 가능성, 투자 목적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무형 자산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실제로 일부 국제 중재 사례와 학계 논의에서는 가상화폐를 투자 자산의 일종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디지털 자산이 자동으로 국제 투자협정의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자산이 투자 협정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그리고 합법적으로 취득되고 운영되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국제 투자협정과 재산 보호 원칙
국제 투자협정은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핵심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용 금지 원칙,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원칙, 차별 금지 원칙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디지털 자산 압류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수용 금지 원칙입니다.
국제법은 국가가 공공 목적을 위해 외국인 투자 자산을 수용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이 경우에도 비차별성, 적법 절차, 그리고 정당한 보상이 요구됩니다. 문제는 디지털 자산 압류가 형식상 범죄 수사나 금융 규제라는 명분을 가지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투자자의 자산 가치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장기간의 자산 동결이나 반복적인 규제 조치는 간접 수용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명시적으로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더라도 투자자의 경제적 이용 가능성을 사실상 제거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국가 규제 권한과 경찰권의 범위
국가는 자국의 금융 질서와 공공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국제 투자법 역시 국가의 경찰권, 즉 공공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규제 권한을 일정 부분 존중합니다. 가상화폐 압류는 자금 세탁 방지, 범죄 수익 환수, 금융 안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법은 경찰권 행사라고 하더라도 무제한적인 권한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규제 조치가 과도하거나 자의적일 경우 또는 외국인 투자자만을 표적으로 삼을 경우 국제 투자협정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의 경우 규제 환경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가 조치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특히 중요합니다. 예고 없는 전면 압류나 소급적 규제는 국제법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디지털 자산 압류와 간접 수용 판단
국제 투자 분쟁에서 핵심 쟁점은 해당 압류 조치가 합법적인 규제인지, 아니면 보상 없는 수용인지 여부입니다. 이를 판단할 때 국제 중재 판정부는 조치의 목적, 범위, 지속 기간, 투자자에게 미친 경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가상화폐의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크고, 접근이 제한되면 즉각적인 가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지갑 접근을 차단하거나 거래를 금지하는 경우 형식적으로는 소유권이 유지되더라도 실질적인 투자 가치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간접 수용으로 해석될 여지를 충분히 내포합니다.
외국인 투자자와 내국인 투자자의 형평성 문제
국제 투자협정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합니다. 따라서 디지털 자산 압류가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되거나 내국인과 비교해 현저히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가상화폐 거래 행위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만 우선적으로 압류되거나 외국인 소유 자산에만 과도한 규제가 적용된다면 이는 국제법상 차별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쟁 발생 시 국제적 구제 수단
외국인 투자자가 디지털 자산 압류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경우, 국제 투자협정에 근거하여 중재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국가 조치가 국제법상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국가는 공공 목적과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어 논리를 펼치게 되며 중재 판정부는 양측의 이해를 균형 있게 검토하게 됩니다. 디지털 자산 관련 분쟁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향후 국제 투자 분쟁에서 중요한 유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무리하며
디지털 자산 압류는 규제와 보호의 경계선에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압류는 국가에게는 금융 질서와 공공 안전을 위한 규제 수단이지만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재산권 침해로 인식될 수 있는 민감한 조치입니다. 국제 투자협정은 국가의 규제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그 한계를 분명히 설정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국제 투자 자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국가의 압류 조치는 더욱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예측 가능성, 비차별성, 적법 절차, 그리고 필요한 경우 정당한 보상은 국제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핵심 요소입니다. 앞으로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국제 규범이 정립될수록 국가와 투자자 모두 국제법의 틀 속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본 글은 국제 투자협정의 일반 원칙, 국가 수용과 간접 수용에 관한 국제관습법, 디지털 자산과 국제 투자법에 관한 국제법 학계의 공통된 해석을 종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국제법 쉽게 이해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극한 기후 사태로 국제 스포츠 행사 취소 시 법적 책임 (0) | 2026.01.06 |
|---|---|
| 국가가 해외 거주 자국민의 데이터를 강제로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 (0) | 2026.01.05 |
| AI 번역 시스템의 오류로 외교문서가 오해될 경우 책임 소재 (0) | 2026.01.03 |
|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 샘플의 국제 공유 의무 (0) | 2025.12.31 |
| 글로벌 메가시티 지역에서 초국경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 간 책임 분담 문제 (0) | 2025.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