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쉽게 이해하기

양자컴퓨팅이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경우 국가 책임

inter_law 2026. 1. 13. 23:16

기술 혁신이 국제법의 질문으로 바뀌는 순간

양자컴퓨팅은 오랫동안 미래 기술로만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이 본격적인 투자와 연구 성과를 내놓으면서 현실적인 안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전혀 다른 계산 방식을 통해 특정 문제를 매우 빠르게 해결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현재 전 세계가 사용하고 있는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국제 사회의 금융 거래, 외교 문서, 군사 통신, 개인정보 보호는 모두 암호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암호체계가 붕괴될 경우 그 영향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질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적 책임과 국가 간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양자컴퓨팅이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경우 국제법상 국가 책임이 어떻게 논의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양자컴퓨팅 기술의 개념과 기존 컴퓨터와의 차이

양자컴퓨팅은 정보를 비트가 아닌 큐비트로 처리합니다. 큐비트는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가질 수 있는 양자 중첩과 서로 떨어져 있어도 상태가 연결되는 양자 얽힘이라는 특성을 지닙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특정 계산 문제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인수분해나 이산로그 문제와 같이 기존 컴퓨터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연산을 빠르게 해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공개키 암호 방식은 이러한 계산의 어려움을 전제로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컴퓨팅의 발전은 기존 보안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양자컴퓨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구조적 변화로 평가됩니다.


암호체계가 국가 주권과 직결되는 이유

암호 기술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넘어 국가의 핵심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외교 교섭 과정에서 오가는 문서, 군사 작전 명령, 중앙은행 간 금융 통신, 국가 기반 시설 운영 시스템은 모두 암호체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암호가 외부에 의해 해독된다면 해당 국가는 정책 결정 과정이나 안보 전략이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국제법은 오랫동안 국가의 내부 사안에 대한 외부 간섭을 금지해 왔으며 이는 주권 존중 원칙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따라서 암호체계에 대한 침해는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 국가 주권 침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암호 해독의 국제법적 성격

국제법은 기술 그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기술의 사용 방식과 그 결과를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양자컴퓨팅 기술을 연구하거나 보유하는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 다른 국가의 보호된 통신을 해독하거나 시스템에 접근하는 경우 문제는 달라집니다.

 

국제관습법상 국가의 본질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개입은 불법 간섭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외교 문서나 군사 통신의 암호를 해독하는 행위는 이러한 기준에 부합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해당 행위가 단발적 정보 수집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국제위법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국가 책임 성립을 위한 귀속 문제

국제법상 국가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가 국가에 귀속되어야 합니다. 즉, 암호 해독 행위가 국가 기관에 의해 이루어졌거나 국가의 지시 또는 통제 하에 수행되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민간 연구소나 기업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가 책임이 자동으로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해당 기술을 전략적으로 보호하거나 연구 결과를 국가 안보 목적에 활용하는 경우 책임 귀속 논의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 책임 논의는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양자컴퓨팅 역시 이와 유사한 법리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사이버 공격과 양자컴퓨팅의 연결 지점

양자컴퓨팅을 이용한 암호 무력화는 기존의 사이버 공격 논의와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법상 국가 책임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엔 정부전문가그룹 보고서와 탈린 매뉴얼 등은 사이버 행위가 국가에 귀속될 경우 국제법 위반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암호 해독 역시 사이버 수단의 하나로 평가될 수 있으며 그 결과가 중대할 경우 국제법적 책임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무력공격 또는 강제 조치로 평가될 가능성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양자컴퓨팅을 이용한 암호 무력화가 국제법상 무력공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일반적으로 무력공격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피해나 심각한 기능 마비가 발생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단순한 정보 접근이나 암호 해독만으로는 무력공격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암호체계 붕괴로 인해 금융 시스템이 장기간 마비되거나 전력, 의료, 교통과 같은 필수 기반 시설이 중단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행위는 강제적 조치 또는 중대한 국제위법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예방 의무와 국제법상의 주의 의무

국제법은 국가에게 자국의 활동으로 인해 타국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양자컴퓨팅이 암호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국가가 아무런 대비 없이 취약한 시스템을 방치할 경우 국제적 책임 논의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국제 금융, 항공, 보건과 같이 국경을 초월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는 예방 조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자 내성 암호로의 전환과 기술 정보 공유는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라 국제법적 주의 의무와도 연결됩니다.


국제 협력과 새로운 규범 형성의 필요성

현재 국제사회에는 양자컴퓨팅과 암호체계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포괄적인 조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이버 안보, 군비 통제, 기술 확산 관리와 관련된 기존 국제 규범은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양자컴퓨팅 기술의 군사적·정보적 활용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협력은 국가 간 신뢰를 유지하고 기술 오해로 인한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양자컴퓨팅 시대 국제법의 방향성

양자컴퓨팅은 기존 암호체계와 국제법 질서에 동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기술 그 자체는 국제법 위반이 아니지만, 이를 활용해 타국의 주권적 기능에 개입하거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경우 국제법상 국가 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 책임 논의가 점차 정교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자컴퓨팅 역시 그 연장선에서 규율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무력공격 기준뿐 아니라 예방 의무와 국제 협력의 범위를 구체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양자컴퓨팅 시대의 국제법은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보다는 그 위험을 관리하고 국제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유엔 정부전문가그룹(GGE) 사이버 안보 보고서

탈린 매뉴얼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양자기술과 안보

국제사법재판소(ICJ) 국가 책임 관련 판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