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쉽게 이해하기

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국가가 몰수할 수 있는지 여부

inter_law 2025. 12. 29. 20:50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주권과 국제법 질서의 충돌

데이터센터는 사유 재산인가, 국가 전략 자산인가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는 석유나 광물과 같은 전통적 자원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금융 거래, 통신 기록, 의료 정보, 산업 기술, 행정 정보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이 데이터에 의해 작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저장하고 처리하는 공간이 바로 데이터센터입니다. 과거에는 공장이나 물류창고가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으로 여겨졌다면 오늘날에는 데이터센터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은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여러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확산으로 외국 기업이 자국 내 핵심 데이터 인프라를 소유·운영하는 상황은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국가 입장에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합니다. 외국 기업이 자국의 핵심 데이터 인프라를 통제하는 것이 과연 허용될 수 있는가, 그리고 국가가 이를 제한하거나 몰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국가가 몰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국제법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 문제가 왜 단순한 재산권 분쟁을 넘어 디지털 주권과 국제 질서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데이터센터의 법적 성격과 국제법적 위치

국제법에서 외국 기업의 자산은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로 분류됩니다. 데이터센터는 건물, 토지 사용권, 서버 장비 등 유형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의 외국인 투자 자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국제 투자법이 적용되며 해당 자산은 국제법상 보호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유형 자산을 넘어서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정보의 저장과 처리라는 기능을 통해 국가의 경제 활동뿐 아니라 사회 질서와 행정 시스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는 점점 더 전략적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이를 에너지 시설이나 통신망과 유사한 국가 핵심 기반 시설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데이터센터를 전통적인 공장이나 사유 재산과 동일한 기준으로만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며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국제법상 몰수와 수용의 기본 구조

국제법은 국가가 외국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거나 수용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러한 조치가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국제 투자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은 공공 목적, 비차별성, 적법 절차, 그리고 정당한 보상입니다.

공공 목적이란 국가가 해당 조치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가 사회 전체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비차별성은 외국 기업만을 표적으로 삼지 않고 유사한 상황에 있는 모든 주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적법 절차는 사전 통지와 의견 제시 기회 등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함을 요구하며 정당한 보상은 자산의 실질적 가치를 반영한 보상이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요건은 물리적 몰수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산의 사용이나 경제적 가치를 박탈하는 간접 수용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데이터센터 운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강제 이전이나 장기 폐쇄 조치 역시 국제법적으로는 수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국가 안보와 공공 질서 예외의 적용

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몰수하려는 국가가 가장 자주 제시하는 근거는 국가 안보와 공공 질서 보호입니다. 데이터센터에는 대규모 개인정보와 중요 산업 정보가 저장될 수 있으며 사이버 공격이나 정보 유출이 발생할 경우 국가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는 데이터센터를 안보 관점에서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합니다.

국제법은 국가가 안보를 이유로 예외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며 다수의 국제 투자협정에는 안보 예외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안보 예외는 무제한적인 권한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국제 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국가가 안보를 주장하더라도 그 조치가 실제로 필요한지 그리고 다른 덜 침해적인 수단은 없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즉, 외국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 국가 안보 위협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험이 존재함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몰수 조치는 국제법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데이터와 설비의 분리라는 새로운 쟁점

데이터센터 몰수 문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물리적 설비와 데이터의 법적 지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건물과 서버는 유형 자산이지만 그 안에 저장된 데이터는 무형 자산이며 개인과 기업의 권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국가가 데이터센터를 몰수하더라도 해당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까지 자유롭게 접근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국제인권법과 개인정보 보호 원칙은 데이터 접근과 처리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이는 외국 기업뿐 아니라 자국민과 제3 국 국민의 권리까지 포함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 몰수는 단순한 재산권 문제를 넘어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 자기결정권, 통신의 자유와 같은 국제인권법적 쟁점으로 확장됩니다.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현실적 부담

국가가 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몰수하거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외국 기업은 국제 투자협정에 근거하여 해당 조치가 부당한 수용이나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국제중재 절차가 개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에서는 국가의 조치가 공공 목적을 충족했는지, 보상이 적절했는지, 그리고 조치의 범위가 과도하지 않았는지가 핵심적으로 다뤄집니다. 국제중재 판정부는 국가의 규제 권한을 일정 부분 존중하면서도, 외국인 투자 보호 원칙을 동시에 고려하는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데이터센터 몰수는 법적으로 가능할 수 있으나 그에 따른 외교적·경제적 비용과 국제법적 책임을 함께 부담해야 하는 고위험 선택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데이터센터 몰수는 예외적 수단이어야 한다

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국가가 몰수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단순히 법적으로 허용되는지를 묻는 질문이 아닙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국가 주권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국제 투자 질서가 어떻게 조정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국제법은 국가의 공공 이익 보호와 외국인 투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전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역시 이 균형 속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국가는 예외적으로 공공 목적과 국가 안보를 이유로 몰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이는 엄격한 요건과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합니다. 결국 데이터센터 몰수는 일상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만 고려되어야 하며 국제법적 책임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만 선택될 수 있는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본 글은 국제 투자협정의 일반 원칙, 국가 수용과 보상에 관한 국제관습법, 국제인권법상 재산권 및 개인정보 보호 원칙, 데이터와 국가 안보에 관한 국제법 학계의 일반적인 해석을 종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2025.12.04 - [국제법 주요쟁점] - 글로벌 데이터 이동과 국가 주권 충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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