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쉽게 이해하기

해양 탄소흡수(블루카본) 프로젝트에서 탄소권 귀속 문제

inter_law 2025. 12. 27. 19:48

국제법 체계 속에서 바라본 해양 탄소 감축의 책임과 한계

바다가 흡수한 탄소는 누구의 것으로 이해되어야 하는가

기후변화는 더 이상 특정 국가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국제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논의되고 있으며, 그중 최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해양 생태계를 활용한 탄소 흡수, 이른바 블루카본입니다.

블루카본은 맹그로브 숲, 염습지, 해초와 같은 연안 생태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장기간 저장하는 기능을 의미합니다. 육상 산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왔던 해양 생태계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한 축으로 재조명되면서 블루카본 프로젝트는 국가 정책과 국제 협력의 영역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블루카본 프로젝트가 실제로 탄소 감축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법적 문제가 존재합니다. 바로 해양 탄소흡수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한 탄소 감축 성과, 즉 탄소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권리 분쟁이 아니라 국제법질서, 국가 책임, 국제 협력 구조 전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블루카본이 국제 정책 의제로 부상한 배경

블루카본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과학적 연구 결과와 정책적 필요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연안 생태계가 단위 면적당 매우 높은 탄소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흡수된 탄소가 해저 퇴적물에 안정적으로 저장된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블루카본을 단기적인 감축 수단이 아닌 장기적인 기후 완화 자산으로 평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해양 생태계 보호와 복원을 환경 보전 정책을 넘어 기후 정책의 일환으로 포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블루카본이 자연적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활용하는 순간 법적 성격이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자연 현상일 때에는 소유나 귀속 문제가 제기되지 않지만 탄소 감축 성과로 계량되고 보고되는 순간, 해당 성과의 관리 주체와 책임 소재가 중요해집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제법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해집니다.


연안국 관할 수역에서의 탄소권 귀속 원칙

해양 탄소흡수 프로젝트가 연안국의 영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국제법상 기본적인 출발점은 유엔해양법협약입니다. 이 협약은 연안국이 해당 수역의 천연자원에 대해 주권적 권리를 가지는 동시에 해양 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블루카본은 물고기나 광물처럼 채취 가능한 자원은 아니지만 해양 환경의 일부로서 연안국의 관리 책임 아래 놓이게 됩니다. 따라서 해당 수역에서 발생한 탄소 흡수 효과는 국제법적으로 연안국이 관리하고 책임지는 감축 성과로 이해됩니다. 이러한 해석은 파리협정 체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파리협정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가 단위로 설정하고 모든 감축 실적을 국가가 국제사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블루카본 프로젝트가 민간 기업이나 국제 컨소시엄에 의해 수행되었다 하더라도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감축 성과는 국가의 승인과 보고를 전제로 합니다.


민간 기업 참여 확대와 법적 한계

최근 블루카본 프로젝트에는 민간 기업, 특히 다국적 기업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해양 생태계 복원에 투자함으로써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동시에 탄소 감축 성과를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국제법의 관점에서 볼 때, 탄소권은 토지나 자원과 같은 전통적인 소유권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탄소권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권리가 아니라 국제 협약과 국가 정책에 의해 인정되는 제도적 권리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직접 국제법상 탄소권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의 권리는 해당 국가와 체결한 계약이나 국내 법률에 의해 파생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이며 국제적으로는 여전히 국가가 감축 성과의 최종 책임 주체로 남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감축 실적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동일한 감축 효과가 여러 주체에 의해 중복 주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합니다.


공해에서의 블루카본과 국제법적 공백

국가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에서 블루카본 프로젝트가 이루어질 경우, 탄소권 귀속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공해는 전통적으로 어느 국가의 주권도 미치지 않는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감축 성과를 특정 국가에 귀속시키기 어렵습니다.

최근 채택된 BBNJ 협정은 공해 생물다양성 보호와 이익 공유라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있으나 블루카본 탄소권의 귀속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규범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공해에서 발생하는 블루카본이 당분간 국제법적 공백 상태에 놓일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블루카본이 국제사회 공동의 관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제 규범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마무리하며

블루카본 탄소권은 왜 국가 책임 구조에 머무르는가

해양 탄소흡수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탄소권 귀속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의 배분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누가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법적 선택의 결과입니다. 현재 국제법 질서는 블루카본을 포함한 모든 탄소 감축 성과를 국가 중심의 책임 구조 속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투명성과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이해됩니다. 민간의 참여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국제법상 귀속 구조는 여전히 국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향후 블루카본의 활용이 확대될수록 공해에서의 귀속 문제와 국제적 이익 공유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블루카본 탄소권을 국가 책임과 국제 협력의 틀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본 글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파리협정,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이행 논의, 국제환경법의 일반 원칙, FAO 및 UNEP의 공식 보고서 그리고 국제법 학계의 일반적인 해석을 종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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