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쉽게 이해하기

팬데믹 상황에서의 다국적 제약회사 백신 지적재산권 문제

inter_law 2025. 12. 16. 12:01

다국적 제약회사의 백신 지적재산권은 팬데믹 상황에서 제한될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감염병 팬데믹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항공 교통과 국제 교류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하나의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은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수단을 넘어 국가의 존립과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백신 확보에 성공한 국가는 비교적 빠르게 일상을 회복했지만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의료 붕괴와 경제 침체를 동시에 겪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전 세계가 생존의 위기에 놓였을 때 다국적 제약회사가 가진 백신 특허는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백신 지적재산권이 왜 중요한 권리로 보호되는가?

백신 개발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닙니다. 제약회사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하며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험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합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지며 극소수의 백신만이 실제 제품으로 탄생합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구조를 고려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합니다. 백신 특허가 없다면 제약회사는 연구 비용을 회수할 수 없고 이는 장기적으로 의약품 개발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상시 국제법은 백신 특허를 강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호 원칙은 어디까지나 평상시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팬데믹 상황이 기존 원칙을 흔드는 이유

팬데믹은 일반적인 시장 상황과 완전히 다릅니다. 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시간이 곧 생명입니다. 백신이 한 달 늦어질 때마다 수많은 생명이 위험에 처합니다.

문제는 백신 특허가 다음과 같은 현실적 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수 기업만 생산 가능

생산 시설 국가 편중

가격 협상력의 불균형

저소득 국가 접근성 저하

 

이러한 구조에서는 백신이 필요한 곳이 아니라 구매 가능한 곳으로 먼저 흘러가게 됩니다. 국제사회는 이 점에서 백신 특허 문제가 단순한 기업 권리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의와 형평성 문제라고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법은 지적재산권과 공공이익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국제법은 지적재산권을 무조건 보호하지 않습니다. 국제 규범은 처음부터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설계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적재산권 보호와 공중보건의 균형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특허는 보호하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예외를 인정한다는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합니다. 즉, 국제법은 이미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특허 보호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된다면 그 보호는 정당한가?”


강제실시 제도의 국제법적 의미

강제실시는 국가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도 특정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일반 국민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국제법상 합법적인 제도입니다.

강제실시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정당화됩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 보호 의무를 가짐

특허는 절대적 권리가 아님

비상사태에서는 공공이익 우선

 

팬데믹 상황에서는 국가가 백신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면 헌법적 책임과 국제적 책임을 동시에 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강제실시를 마지막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강제실시가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는 이유

일부 사람들은 강제실시가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강제실시는 매우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만 인정됩니다.

국가는 다음 사항을 입증해야 합니다.

 

위기가 실제로 존재함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

한시적 조치임을 명확히 함

특허권자에게 합리적 보상 제공

 

이러한 조건 때문에 강제실시는 제약회사의 권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제도가 아니라 극단적 상황에서만 작동하는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제약회사의 반대 논리가 가지는 의미

제약회사는 지적재산권 제한이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은 단순한 이기주의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되면 미래의 백신과 치료제가 늦게 등장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지적재산권 전면 폐지보다는 조건부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모색하는 절충적 해법

최근 국제 논의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허는 유지하되 기술 공유 확대

생산기술 이전 의무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

국제기구를 통한 조정

개발도상국 생산 역량 강화

 

이 방식은 기업의 권리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백신 접근성을 높이려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백신 지적재산권 제한은 국제법 위반인가?

백신 지적재산권 제한이 곧바로 국제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건을 충족한다면 국제법 위반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법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만 공중보건 위기에서는 예외를 인정합니다. 팬데믹처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은 제한의 정당성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판단 기준은 제한의 존재가 아니라 제한의 방식과 범위입니다.
국가는 실제 위기가 존재함을 명확히 설명해야 하고 제한 조치는 일시적이어야 하며 위기 종료 후에는 해제되어야 합니다. 특허권자에게 합리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필수 조건입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을 차별하는 제한은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크고 정치적 압박을 목적으로 한 특허 제한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한 그 자체가 아니라 제한의 방식입니다. 투명성, 비례성, 한시성, 보상 원칙을 지키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팬데믹은 국제법이 단순한 규칙 모음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규범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백신 지적재산권은 존중받아야 할 중요한 권리이지만 전 인류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법은 이미 이러한 상황을 대비한 유연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으며 앞으로의 과제는 이를 얼마나 공정하고 책임감 있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백신은 더 이상 특정 기업이나 국가만의 자산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안전을 좌우하는 공공재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지적재산권 보호와 공공의 생명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노력을 계속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