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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보호무역 판단 여부

inter_law 2026. 1. 25. 13:06

기후 대응 정책과 국제무역의 새로운 충돌 지점

기후위기는 이제 환경 정책의 영역을 넘어 국제무역 질서 전반을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강도 높은 환경 규제를 도입하면서 이러한 정책은 국경을 넘어 타국 경제와 산업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제도가 바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입니다.

 

CBAM은 환경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수입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무역 규범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이 제도가 정당한 기후 대응 수단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인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의 개념과 도입 목적의 확대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기본적으로 자국 내 탄소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산업 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입니다.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국가는 생산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국가의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CBAM은 이러한 불균형을 조정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CBAM은 글로벌 차원의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 수단으로도 활용됩니다. 수출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간접적으로 각국의 환경 정책 강화를 압박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압박 방식이 과연 국제적으로 정당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큽니다. 특히 환경 정책이 무역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정책의 순수성이 의심받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기본 원칙과의 긴장 관계

세계무역기구(WTO)는 차별 금지 원칙을 국제무역 질서의 핵심 규범으로 삼고 있습니다. 최혜국 대우 원칙과 내국민 대우 원칙은 특정 국가 또는 외국 상품에 불리한 조치를 금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CBAM은 제도 구조상 이 원칙들과 충돌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입품에 대해서만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은 형식적으로는 환경 기준에 따른 조치로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 상품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또한 탄소 배출 산정 방식이나 검증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이는 관세가 아닌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위험도 커집니다. 이러한 점에서 CBAM은 WTO 분쟁 해결 절차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안고 있는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환경 보호 예외 조항의 적용 가능성과 한계

WTO 협정은 자유무역 원칙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환경 보호와 같은 공익 목적을 위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반협정 제20조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 보호, 천연자원 보존을 위한 조치를 허용하고 있으며, CBAM 지지국들은 이를 제도의 법적 근거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환경 예외 조항은 무제한적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조치는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이어서는 안되며 보호무역을 위장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도 안됩니다. CBAM이 특정 국가나 산업에 불균형적인 부담을 지운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환경 예외의 정당성은 약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제도의 운영 방식이 국제법적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됩니다.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구조적 불이익 문제

CBAM에 대한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개발도상국은 친환경 설비 투자나 정교한 탄소 측정 시스템을 구축할 재정적, 기술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상품이라도 탄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무역 질서는 그동안 개발도상국에 대해 특별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인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CBAM은 이러한 원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기후 정책이 글로벌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며 국제사회 내 정책 정당성 논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으로 인식될 경우의 국제 분쟁 위험

CBAM이 보호무역 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그 영향은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실제 국제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이미 CBAM을 자국 산업에 대한 차별 조치로 해석하며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WTO 제소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갈등 요소입니다.

 

더 나아가 CBAM 도입국에 대한 보복성 무역 조치가 발생할 경우, 국제무역 질서는 연쇄적인 긴장 상태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이 반복되면 다자무역 체제는 약화되고 국가 간 경제 블록화가 가속화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결과적으로 환경 보호라는 목표와 달리, 국제 협력은 오히려 후퇴할 수 있습니다.


제도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적 보완 방안

CBAM이 보호무역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합의와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탄소 배출 산정 기준을 투명하고 일관되게 적용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또한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술 이전과 재정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CBAM이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탄소 감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완 장치 없이는 CBAM은 지속적인 반발과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CBAM 관련 분쟁을 사전에 조정할 수 있는 국제 협의체나 분쟁 예방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질 경우, CBAM은 일방적 압박 수단이 아닌 협력적 기후 거버넌스 도구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선택이 아닌 설계의 문제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등장한 불가피한 정책 수단입니다. 그러나 그 성격은 제도의 존재 자체보다 어떻게 설계되고 운영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정성과 비차별성이 결여될 경우, CBAM은 보호무역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제법적 관점에서 CBAM의 미래는 일방적 정책이 아닌 국제사회의 협력에 달려 있습니다. 환경 보호와 자유무역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할 때 CBAM은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 규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세계무역기구(WTO) 일반협정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공식 문서

유엔기후변화협약 자료

국제경제법 관련 학술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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